안녕하세요. 다양한 미국생활 정보를 알려드리는 LIFINUS 입니다.
보통 새벽 5시나 6시 정도에 일찍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아침형 인간 또는 새벽형 인간이라고 부르죠. 오늘은 왜 미국의 많은 학생들이 강제로 아침형 인간이나 새벽형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첫째 딸은 매일 아침 중학교에 가려고 스쿨버스를 타러 새벽 6시 40분에 나갑니다. 6시 50분에 스쿨버스가 오거든요. 다행히 스쿨버스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가면 되지만 지금같은 겨울엔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라 저녁에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 미국에선 왜 이렇게 일찍 학교에 가야할까요?
뉴저지 고등학교의 등교시간
뉴저지 고등학교의 평균 시작시간은 오전 7시 51분이라고 합니다. 미국 평균이 오전 8시인데 약간 빠른 시간인데요. 시작 시간은 첫 수업의 시작종이 울리는 시간이기 때문에 실제 등교시간은 이것보다 보통 20분은 빠릅니다.


그리고 이건 평균이기 때문에 학군에 따라서 더 빨리 가는 학교도 많아요. 뉴저지에서 첫 수업을 일찍 시작하는 학교들을 보면 Pennsauken High School과 Lakewood High School은 아침 7시에 첫 수업을 시작합니다. 여기 뿐 아니라 많은 고등학교가 아침 7시 30분 전에 첫 수업을 시작해요.

6시 기상 → 6시 20분 스쿨버스 → 6시 40분 등교 → 7시 첫수업
첫 수업을 아침 7시에 하면 등교시간은 대략 6시 40분 정도 되겠죠. 스쿨버스로 간다면 아마 6시에서 6시 20분 정도에 탈 것 같네요. 지인 말로는 드물긴 하지만 수영같은 다른 스포츠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훈련 때문에 새벽 5시나 6시부터 일과를 시작하는 고등학생도 있다고 해요. 그런 학생들을 최소 새벽 4, 5시에는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정말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저희가 속해있는 West Windsor-Plainsboro 학군같은 경우엔 그래도 고등학교 첫 수업 시작시간이 7시 40분이기 때문에 보통 10분에서 20분전에 학교에 도착해야 한다고 하면 등교시간이 오전 7시 20분까지겠네요. 중학교도 첫 수업시작이 똑같이 7시 40분인데 실제로 중학생인 저희 딸은 6시 50분에 스쿨버스를 탑니다.
- High Schools 7:40 AM – 2:50 PM
- Middle Schools 7:40 AM – 2:45 PM
- Kindergarten-Grade 5 (Elementary School) 8:40 AM – 3:15 PM
근데 보시는 것처럼 일찍 시작하는 만큼 일찍 끝나서 중/고등학교가 초등학교보다도 더 일찍 끝나네요. 중학교는 오후 2시 45분이면 하루 수업이 끝납니다. 아까 아침 7시에 첫 수업을 시작하는 Lakewood High School은 오후 1시 반이면 모든 수업이 끝납니다.
East Windsor Regional School District Start/Dismissal Time
이렇게 빨리 학교에 가다보니 지금같은 겨울엔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스쿨버스를 타는거죠. 학교에 갈 준비를 하려면 최소한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초등학교는 그래도 첫 수업이 아침 8시 40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 낫습니다. 전체적으로 미국학생들이 한국보다 훨씬 빨리 학교에 가는 것 같애요.
고등학교의 등교시간을 늦추려는 법안들
이렇게 너무 일찍 학교에 가야하다보니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중/고등학교의 등교시간을 늦추려는 법안에 여럿 발의되었습니다. 총 11개주에서 이런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그 중에서 California와 Florida 그리고 Nevada주에서만 채택이 되었습니다.

- California → 2019년 법안 제정
- Florida → 2023년 법안 제정
- Nevada → 2023년 법안 제정
- Connecticut
- Maine
- Massachusetts
- New Jersey
- New Mexico
- New York
- Oregon
- Texas
California 주에서는 2019년에 법안이 제정되어서 공립 중학교는 오전 8시 이전에, 고등학교는 오전 8시 30분 이전에는 학교 수업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Florida 주에서는 2023년 올해에 법안이 제정되어서 2026년부터는 California와 똑같이 공립 중학교는 오전 8시 이전에, 고등학교는 오전 8시 30분 이전에 수업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시작시간을 다른게 두었는지는 모르겠네요.
Nevada 주에서는 2024-25년 학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해서 2025-26년 학기에는 전체 시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법안은 네바다주의 모든 공립 고등학교가 오전 8시 이후에 시작하도록 강제하는건데 초등학교, 중학교에 대해선 따로 내용이 없는 것 같네요. 아마 고등학교만 등교시간이 빠른 것 아닐까 해요.
New Jersey주에서도 2022년 3월에 주의원 2명이 2024-25년 학기의 고등학교 등교시간을 오전 8시 30분 이전엔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1년 넘게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뉴저지 안에서도 학군에 따라서 학교 시작시간이 많이 다른 편이에요.
왜 이런 법안이 필요할까?
개인적으로는 학교 시작시간이 8시 이전인 건 약간 빠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하고, 부모도 함께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법안을 발의한 목적으로 가장 많이 제시하는 건 학생들의 수면 보장을 위해서 입니다. 근거로 많은 연구결과도 제시합니다. 미국은 전체 성인의 20-40%가 수면부족을 겪을 정도로 많은 편인데 10대의 수면부족은 더 심하다고 해요.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게 이 빠른 등교시간이라고 하네요.

2020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14.5%가 지난 30일 동안 거의 대부분을 잠이 드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미국 사람들의 35% 이상은 7시간보다 적게 자서, 전체 평균 수면시간도 6.8시간밖에 안됩니다. 5-7천만 인구가 수면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하네요. 수면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병원비나 치료비 같은 여러가지 비용도 미국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권장하는 수면시간은 연령별로 다른데, 고등학생들의 권장 수면시간이 8시간 정도입니다. 그런데 8시간보다 적게 자는 미국 고등학생이 77%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시간은 모두 다르겠지만 수치로만 보면 대부분 수면이 부족하다는거죠.

수면이 부족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면 부족을 특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학교를 일찍 시작할수록 학생들이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학교를 늦게 시작할수록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근데 정말 생각해보면 학생 모두가 새벽형 인간도 아닌데, 모든 학생들이 매일같이 새벽 6시 전에 일어나야 한다면 너무 힘들 것 같긴해요. 이런 점 때문에 미국에선 대부분의 가정에서 다음날 일찍 일어나기 위해 하루를 일찍 마무리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일찍 학교에 갈 수 밖에 없을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그건 바로 영화에서도 많이 보셨던 미국의 노란색 스쿨버스 때문인데요. 미국에서는 같은 스쿨버스가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커버합니다. 그래서 스케쥴을 조정해야 하는거죠. 같은 시간에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한꺼번에 모두 이동시키기엔 스쿨버스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스쿨버스가 오전 6시에는 고등학생들을 데려다주고, 그 다음 오전 7시는 중학생들을 데려다주고, 마지막으로 오전 8시에는 초등학생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거죠. 그냥 스쿨버스를 늘리면 되지 않나 생각하실 수 있지만 각 지역의 학군은 지자체와 그 학군에 속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세금으로 대부분 운영되기 때문에 운영자금에 한계도 있고, 다른 여러가지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를 늦게 가면 되지 않을까?
만약 이런저런 스쿨버스의 한계 때문이라면, 고등학생들을 초등학생을 데려다 준 다음에 데려다 주면 안될까요? 실제로 이런 제안을 하는 분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이건 또 자녀의 등교시간이 부모들 대부분의 출근시간보다 늦어지기 때문에 반대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저희 동네에선 초등학생들은 유괴 위험 때문인지 스쿨버스에 타고 내릴 때 항상 부모나 가디언이 동행해야 합니다. 중/고등학생들은 혼자서도 스쿨버스에서 타고 내리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부모가 회사가 먼저 출근해있는 상황에서 혼자 준비해서 학교에 가라고 하기엔 조금 불안하겠죠.
법안에 반대하는 분들 대부분은 일부 가정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녀의 등교시간이 늦춰지면 부모의 출근시간도 같이 늦춰질 가능성이 많은데 경우에 따라선 그렇게 하기 힘든 직업도 있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불평등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들로 반대하신 분들도 꽤 있는 것 같아요.

2022년에 학교의 시작시간을 늦추는걸 누가 원하는지에 대해 미국 국민들과 부모, 선생님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30-40%정도만 늦추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변하지 않길 원하거나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생각보다 엄청 많네요.
지금까지 미국의 학생들이 왜 강제로 새벽형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모쪼록 미국 중/고등학교의 등교시간도 8시정도로 조정되고, 피해를 보는 가정도 없도록 잘 조정되면 좋겠습니다. 다음번에는 더욱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LIF’E’ IN U.S. 리피너스였습니다.